가족을 구하기 위해 내 몸을 던져 식물인간이 되었다. 5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기적처럼 눈을 떴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족의 따스한 포옹이 아닌, 모든 것이 변해버린 집안의 싸늘한 현실뿐이었다. 가해 차량 운전자의 딸인 육연아가 어느새 우리 집의 양녀가 되어 있었다. 부모님과 오빠 육사연, 그리고 약혼자 부시주는 내가 부재했던 지난 5년의 세월 동안 묵혀둔 미안함과 사랑을 모두 그녀에게 쏟아붓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아끼던 드레스를 입고, 내 자리를 차지한 채, 이 집의 새로운 중심이 되어 있었다. 나는 나의 자리가 대체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육연아를 내보내야 한다고 고집했다. 하지만 나의 처절한 저항은 그들 눈에 그저 철없는 투정으로 비칠 뿐이었다. 급기야 그들은 공모하여 가짜 교통사고를 꾸며냈고, 부모님과 육연아가 사망한 것처럼 위장해 친족 살해의 누명을 내게 뒤집어씌웠다. 이어진 삼백여 일의 시간 동안, 약혼자 부시주와 오빠 육사연은 번갈아 가며 나를 옥죄었고 수없이 많은 자백서를 쓰도록 강요했다. 정신적인 고통과 육체적인 학대가 겹치며 나는 결국 말기 암 판정까지 받게 되었다. 그러나 생명이 꺼져가던 그 순간, 나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했다. 이 모든 비극이 단지 ‘나를 철들게 하기 위한’ 잔혹한 연극이었다는 것을. 그들은 내 생일에 맞춰 가짜 죽음의 진상을 ‘깜짝 선물’로 공개할 계획이었다. 내가 오열하며 참회한 뒤 육연아와 눈물의 자매애를 연출하기를 기대했던 것이다. 절망과 환멸 속에서, 나는 차가운 강물에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운명은 내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5년 만에 깨어났던 바로 그 순간으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생에는 더 이상 다투지도, 빼앗으려 하지도, 사랑하지도 않으리라! 위선적인 가족애도, 비정한 사랑도, 이제는 모두 필요 없다! 나는 조용히 치료에 순응하며, 묵묵히 나만의 미래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한때 나를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그들의 계략은, 이제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뿐이다. 이번 생은 오직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리라. 남은 생을 바쳐 진정한 빛과 온기를 찾아 떠날 것이다.